북한 국장(國章)에 수력발전소와 송전탑이 있는 이유
에너지는 나라를 불문하고 국가 최상의 재화이다. 아랍에미리트연합의 최고액 화폐에는 원자력 발전소 모습이 그려져 있다. 우리나라가 수출한 원전이다. 심지어 북한에서도 최고 상징성을 갖는‘조선인민민주주의공화국’이라는 국장(國章)에 수력발전소와 송전탑이 중앙에 위치해 있다. 에너지가 국가 및 사회 존속을 위한 필수불가결한 요소로서 처음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 석유파동 때이다. 중동 산유국의 석유무기화 정책과 정치적 불안이 에너지공급 부족으로 이어졌고, 세계경제는 큰 혼란을 겪었었다. 많은 나라들이 이때 깨달은 것이 있었다. 에너지는 늘 확보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공급불안은 국가를 멈추게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었다.
특히 우리나라는 큰 고초를 겪었다. 당시 중화학공업 중심의 산업성장 전략을 갖고 있기에 타격이 더 컸던 것이다. 심지어 도심에 물레방아까지 등장하여 전기를 생산하려 했고, 어선은 기름 값을 줄이기 위해 돛을 달고 출항하기도 있다. 석유를 구입하기 위해 석유통을 몇 개씩 들고 주유소를 찾고 긴 줄을 서는 모습은 흔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대한민국에‘에너지 정책’이라는 개념이 없었다. 에너지라는 단어는 안보의 범주에 속해 있지도 않았다. 에너지를 소관 업무로 담당하는 부서(당시 동력자원부)도 오일 쇼크 이후 만들어졌다. 에너지 자급에 대한 필요성을 실감하여 국내 원자력 발전소 건설에 박차를 가하는 계기도 되었다.
최근에 ‘에너지안보’라는 말이 인구(人口)에 다시 회자(膾炙)되고 있다. 1970년대에는 중동정세 불안 및 석유고갈 우려가 주요 원인이었다면 현재는 좀 더 복합적 요소가 포함되었다. 즉, 적정한 가격에 안정적 공급이라는 당시의 의미 이외에, 환경적 지속가능성, 에너지 복지, 에너지 인프라 등 다양한 차원으로 확대된 것이다. 최근에는 주요자원이 각국의 상호 교역의 경쟁을 넘어서 일종의 제로-섬의 관계로 무기화 되어 개념이 더 다층적으로 바뀌고 있다. 일단 현재 시점에서 에너지안보 개념은 ‘이용성(Availabilꠓity)’‘접근성(Accessibility)’‘경제성(Affordability)’ ‘용인성(Acceptabiliꠓty)’의 ‘4A’ 개념으로 구성된다고 할 수 있다.
에너지 자원, 최근 무기 개념으로 전환되고 있어
‘이용성’은 에너지 자원의 매장량을 뜻하며 시추기술을 포함해 에너지 수요를 감당할 수 있는 한 나라의 에너지 공급능력을 말한다. ‘접근성’은 에너지 자원에 얼마나 가까이 국가가 인접해 있느냐를 말한다. ‘경제성’은 한 국가가 에너지를 생산하고 소비자가 사용하는데 있어 어느 정도의 가격으로 가능한지를 뜻한다. 그리고‘수용성’은 에너지 자원 개발과 소비로 인한 환경적 부작용을 그 사회가 얼마나 용인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가의 정도를 말한다. 다만 에너지 안보의 의미에 대한 해석은 개별 국가가 놓인 지경학(geo-economics)적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에너지 부국의 입장에서 에너지안보는 에너지 수입국에 대한 영향력 행사를 통해 안정적인 수요를 유지하는 것이고, 에너지 빈국에서는 적정수준의 가격으로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을 꾀하는 것이다. 미국 및 중동 산유국의 에너지안보와 우리의 에너지안보의 의미는 물론 다르다. 또한, 전력망이 인근 국가 간 연결되어 있는 유럽국가의 에너지안보와 섬처럼 고립된 우리의 에너지안보 역시 지극히 상이하다. 결국 에너지안보 위기에 대비하고 대응해야 하는 방식 또한 다를 수밖에 없고, 달라야 한다.
사우디아라비아도 석유중심 경제구조에서 벗어나려 해
그렇다면 현재 에너지안보에 대한 위기가 초래된 원인은 어디에 있는 걸까. 우선 각국의 산업화를 통한 경제성장과 인구증가로 인한 에너지 수요의 증가 및 이로 인한 자원부족과 공급 불균형을 꼽을 수 있다. 또한 에너지 자원이 특정국가에 집중되어 지역 간의 경쟁과 갈등이 이유가 된다. 최근에는 화석연료의 온실가스 배출이 야기한 지구온도 상승이 심각한 위기감을 낳고 있다. 사실 인류는 불을 다룰 수 있기에 만물의 영장으로 불리곤 한다.
19세기에 석탄을 이용한 산업혁명을 통해 근대과학기술 문명을 이룩했고, 20세기가 시작되면서 주요 열강들은 석유를 풍요롭게 활용했다. 영국의 석탄 대신 석유로 함정의 연료를 전환하기 시작한 것이 계기가 된 이후, 인류 의식주 자체에 혁명적 변화가 생기게 되었다.
땅, 하늘, 바다에서의 훨씬 빠른 속도의 이동도 가능하게 되었다. 21세기가 시작되면서는 이러한 탄소문명에 인구 대국인 중국과 인도 또한 산업화를 통해 동참했다. 실제 2000-2010년 사이 세계 석유소비는 14% 증가했지만, 석유를 들이키는 하마(oil hippo)처럼 중국과 인도는 무려 90%, 47%씩 증가했다.
화석 연료 사용의 급증은 한편으로는 인류에게 심각한 위기의 원천이 되었다. 즉, 산업혁명 이후 현재까지 섭씨 1.09도 올라 지구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고, 인간의 사회경제적 공멸(共滅)을 초래 할 수 있는 섭씨 2도의 온도 상승은 현재 예상 시점보다 빨리 진행되고 있다. 기후위기로 인한 재앙을 막기 위한 국제적 규범이 형성되어 탈탄소 사회로의 전환에 대부분의 국가가 참여하고 있는 이유다. 심지어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도 석유중심 경제구조를 벗어나려 안간힘을 쏟고 있다.
‘에너지 안보’라는 단어 없는 한국의 관련법 체계
그럼 우리는 이러한 일종의 ‘영구적위기(permacrisis)’ 시대에 에너지안보를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지난겨울 유럽에서는 장작을 때워 난방에 사용하기도 했다. 우리도 그렇게 따라해야 하는 걸까. 대한민국은 특히 에너지 자원 자체가 지극히 적고, 에너지 다소비형 제조업 위주의 산업구조를 갖고 있다.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과거 1970년대 ‘오일 쇼크’ 상황보다 더한 에너지안보 위기가 우리에게 올 수 있다. 그것도 장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우선 에너지안보 강화를 위해 법제도부터 정비해야 한다. 우리 헌법 제34조 제1항은 에너지 공급의 보장은 국가임무로 보고 있고, 헌법재판소 역시 한국전력공사가 국가의 생존배려적 급부행정을 대행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국내 에너지관련 법체계 내에서 ‘에너지안보’라는 단어는 없다. 단지 유일하게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 제2조제10호에서 에너지 전환을 정의하면서 ‘에너지 안보’를 사용하고는 있는데, 이 경우도 환경성, 안정성, 지속가능성과 별도의 의미로만 이해하고 있다. 에너지안보를 화석연료의 비축으로만 간주하는 탓으로 생각된다. ‘에너지법’의 개정을 통해 ‘에너지안보’의 기본개념이 명시적으로 포함되어야 한다. 또한, 에너지 원(源)별 개별법에 흩어져 있는 공급안정성 확보를 위한 사후적 형태의 명령 이외에도 사전에 대비 할 수 있는 내용을 갖는 통합적 법안이 제정되어야 한다. 현재 자원안보 관련 법안이 국회에 발의되어 있으나 가시적 진척이 없다.
프랑스는 원자력 75%, 노르웨이는 수력이 95%
한편 에너지기본계획의 하위 계획 중 하나인 이번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의하면 2030년 중장기 전원구성전망 비율이 원전 32.4%, LNG 22.9%, 신재생 21.6.% 등으로 구성되어있다.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의 원전 23.9%, LNG 19.5%, 신재생 30.2.%와 차이는 보였지만 대폭적 변화는 없었다. 에너지 발전원의 재조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더군다나 빠른 전기화(電氣化) 사회의 경향성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채 전기 소비량 과소 추정된 듯해서 더 그렇다. 일각에서는.... 출처: 에너지 안보는 국가의 최상위 정책...국정원 경제안보국이 제 역할 해주길 < 입법·정책 < 기사본문 - 지구와에너지 (earthenerg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