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 제목 | 기초부터 부실한 檢警 수사 역량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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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 조회수 | 366 | ㆍ 등록일시 | 2023-06-04 14:23:3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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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웅혁/건국대 교수·경찰학 검찰과 경찰의 ‘장군 멍군’식 수사 헛발질이 계속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세월호 참사의 근본 책임자인 유병언 씨를 검거하지 못하고 원인불명의 시신만 국민 앞에 내놓았다. 이로 인해 유병언 수사는 일단 사망으로 인한 공소권 없음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 결국 재산환수 및 유 씨와 관련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관피아들, 정·관계 로비를 캐는 데도 향후 커다란 장애가 생길 수 있게 된 것이다. 무엇이 문제였던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수사의 ABC가 지켜지지 않은 탓이다. 범죄수사 및 범인 검거는 영화에서처럼 지적(知的)으로 비범한 추리력을 가지고 있거나 특별한 능력의 수사관을 꼭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다. 보편적 상식에 근거해서 과거를 추적하고 재구성할 수 있으면 족하다. 이런 측면에서 애초에 ‘특수수사’라든지 ‘특수 수사통’이라는 표현은 어불성설이다. 어떤 수사든 목격자 증언이나 자백 등의 구술 정보와, 물건이라고 하는 물적 정보를 통해 범죄 사건을 재구성할 수 있으면 족하기 때문이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몇 가지 기초 조건이 요구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예단(豫斷)의 금지다. 유 씨의 도피를 일견 예견할 수 있음에도, 기업인들은 검찰의 소환에 늘 출두한다는 선입견이 이번 수사의 가장 큰 패착을 초래했다. 경찰 역시 유 씨의 변사체를 발견하고도 노숙자 풍이라는 선입견에만 사로잡혀 단순 변사 처리했고 이 때문에 40일 이상 수사력을 낭비했다. 꼼꼼한 정보(情報) 확인 및 보안 유지 역시 범죄 수사를 하는 데 있어 기초다. 하지만 이것을 어기고 검찰은 유 씨의 별장에 들이닥쳐 압수수색을 벌이고도 비밀공간을 발견하지 못했다. 세세하게 살피려 하지 않은 탓이다. 만약 검찰의 압수가 진행될 때 유 씨가 이 공간에 숨어 있었다는 신 모 여인의 진술이 사실이라면 너무나 통탄할 노릇이다. 별장 급습 직전 운전기사 양회정 씨의 수배 차량을 발견하고도 수색조차 하지 않았던 것도 기초적 수사 활동의 해태(懈怠)였다. 상황 및 지역 정보에 대한 숙지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경찰도 정보 확인에 소홀했던 것은 마찬가지다. 유 씨의 변사체 유류품을 꼼꼼히 챙겨보지도 않았고 현장을 면밀히 채증해 두지도 않는 허술함을 보였다. 금수원 진입 당시 검찰의 명단이 구원파 신도에게 유출된 것이라든지 경찰의 유 씨 시신 사진이 인터넷에 유출된 것 역시 수사의 기본에 커다란 구멍이 뚫렸던 것이다. 수사에 있어서는 신속성 또한 중요하다. 골든타임을 놓쳐서는 안 된다. 하지만 검찰은 마치 무엇인가 눈치를 보는 듯 금수원 진입을 미룸으로써 유 씨의 장기 도주가 가능케 했다. 경찰 또한 초동수사 소홀로 유 씨의 뼈와 머리카락, 지팡이 등을 초기에 확보하지 못함으로써 또 다른 의혹과 불신을 자초했다. 이처럼 수사의 ABC가 지켜지지 않은 점 못지않게 검찰과 경찰의 수사 공조의 문제 또한 심각한 내홍을 보였다. 사건 초기 검찰이 경찰과 고급 정보를 공유하지 않으려는 것과 검찰의 유대균 씨 관련 자수 권유 발표 후 경찰이 체포하는 등 양 기관의 엇박자는 공명심에서 비롯된 어이없는 결과다. 이 문제의 심각성은 상당히 골이 깊어 검·경(檢警) 양 기관 수장의 경질이나 수사 책임자의 징계로 끝날 일이 아니다. 숨겨져 있는 근본 구조를 바꾸지 않는 한 반복 발생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국가의 범죄 수사 기능은 옳고 그름을 밝히는 정의(正義)와 관련되는 만큼 무엇보다 중요한 국가의 기초라고 할 수 있다. 범죄 수사에 대한 불신은 국가의 다른 정책에 대한 국민의 자발적 순응과도 직결되고 대통령에 대한 신뢰에도 영향을 끼친다. 수사의 기초가 지켜질 때 국가의 기초도 흔들리지 않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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