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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 Explain the Nature and Behavior of Criminal Justice
형사정의의 이론과 실제에 대한 포럼의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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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 제목 당장 시정해야 할 ‘흉악범 과잉보호’
ㆍ 조회수 705 ㆍ 등록일시 2023-09-17 11:2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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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 에너지안보환경협회 회장


우리 사회의 범죄 양상이 바뀐 듯하다. 개인 사이의 갈등으로 그 개인을 표적으로 삼는 공격이 아니다. 일면식도 없는 공중을 대상으로 자신의 분노 또는 망상적 생각을 끔찍한 난동으로 표출한다. 지난달 21일 서울 신림역과 지난 3일 분당 서현역 인근에서 발생한 칼부림이 그렇다. 정치적 구호 또는 종교적 신념만 없었을 뿐 무차별 자생 테러였다.

이후 우후죽순으로 번지는 살해예고 글로 시민의 일상은 매우 위협받고 있다. 묻지 마 식 범죄에 국가는 발생 직후에만 반짝 관심을 갖거나 흥미 위주의 사이코패스 점수 매기기 식으로만 치부하고 말아 왔다. 미국처럼 대통령 산하 치안대책 범정부기구를 통해 사건 이면에 깔린 사회 구조적 병리 현상을 찾아내고, 이를 근거로 형사사법 체계를 새롭게 재구축하려는 국가 차원의 근본적 모색과 대책 마련은 한 번도 없었다. 몇 건의 유사한 범죄가 발생해 왔는지에 대한 기초적 국가 통계조차 없다.

그렇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경찰 장갑차와 특공대원을 1년 내내 배치해 놓을 수도 없는 일 아닌가.

첫째, 비슷한 과거 사건의 원인에 대한 심층적 분석부터 체계적으로 시작해야 한다. 이후 맞춤형 대책을 국가 차원에서 공표하고 시행해야 한다. 이번 신림·서현역, 그리고 구속된 살인예고 피의자들의 공통점은 20·30대로 사회적 연결고리가 약한 사람들이다. 범행 동기는 나름의 분노, 못마땅함, 불쾌 감정 등의 표출로 보인다. 따라서 이러한 사회적 이방인들을 찾아내 규범의식 변화를 꾀해야 한다. 사건 발생 전의 예방 정책 목록 준비 등 행정·사법·입법 영역의 국가 총체적 역량이 필요하다.

둘째, 경찰청은 112신고에만 의존하는 수동성을 지양하고, 지역사회에서 발생하는 범죄사건 이면의 사회적 문제를 분석한 후 필요한 해결책을 지방 및 중앙정부 기관이 함께 마련해 미리 제공하는, 선제적이고 창의적인 ‘문제 해결 지향적 경찰활동(problem-oriented-policing)’으로 탈바꿈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경찰과 시민의 대면접촉이 필수이며, 현장으로 재량권을 대폭 위임하는 새로운 변화가 필요하다.

셋째, 법무부의 패러다임 전환도 요구된다. 수형자의 출소 후 재범 방지가 우선 목표가 돼야 한다. 새로운 교정철학과 인력 충원을 포함한 새 조직 설계가 필요하다. 한편, 당정에서 이번에 내놓은 가석방 없는 종신제가 미국처럼 삼진아웃제 등 엄벌주의를 통한 대규모 구금도 계획한다면 법무부는 교정시설의 신규 건설도 준비해야 한다. 사법부 역시 중증 정신질환자의 비(非)동의 입원을 위해 법관의 대폭 증원 및 전문성을 갖춘 특별법원의 신설이 필요하다. 입법부의 적극적 역할 또한 빼놓을 수 없다.

끝으로, 공중의 생명과 신체에 대한 공포심을 불러일으키는 온라인 게시글 게재 등의 행위는 인간 안보에 대한 심각한 침해라는 차원에서 테러방지법 또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을 통해 엄단해야 한다. 현재 피의자의 인권만 과잉보호되는 신상공개 제도도 폐지돼야 한다. 국민의 알 권리를 두텁게 하고 범죄억지력을 높일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세계 어느 나라도 마스크와 모자로 흉악범의 얼굴을 알아서 가려 주지 않는다.

시민의 평온한 생활을 담보하기 위해 모두 국가가 화급히 해야 할 일들이다. 

 

출처: 당장 시정해야 할 ‘흉악범 과잉보호’[포럼] :: 문화일보 munhw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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