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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행 동기 65%가 성폭행 절반은 호기심·동정심 악용" |
ㆍ 조회수 |
1458 |
ㆍ 등록일시 |
2010-11-01 |
ㆍ 첨부파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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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한 해 동안 우리나라에서 8602명(14세 미만)의 아이가 실종됐고 이 중 59명을 찾지 못했다. 1998년 이후 누적된 장기 실종 아동은 108명이다. 통계로는 복귀율이 99%에 이르지만 우리 사회의 누구도 1%에 속할 수 있기에 아동 실종 사건은 사회 전체의 문제다. 특히 유괴라는 범죄가 원인이 돼 참혹한 죽음으로 이어지면 더욱 그렇다.
형법상 ‘어린이 유괴’라는 용어는 없다. 가장 유사하게는 형법 제287조의 ‘미성년자 약취·유인죄’에서 규정하고 있다. 필자는 이 범죄 피해자 중 13세 이하를 표본으로 분석했다. 범행 동기는 대부분 성폭행 목적으로 나타났는데 전체의 65%를 차지했다. 다음은 어린이를 볼모로 금전을 요구하는 형태로 16%였다. 아동을 업소 등에 소개하고 금전적 이익을 취하거나 앵벌이 같은 노동 착취를 목적으로 하는 것도 9%나 됐다. 나머지는 부모에 대한 복수를 목적으로 하거나 실제로 아동을 양육하기 위해 유괴하는 경우였다. 30~40대 유괴범은 몸값을 요구하는 형태가, 60대는 양육을 목적으로 한 경우가 두드러졌다.
유괴범의 심리적 특징은 유형별로 차이가 있지만 공통점도 존재한다. 우선 아이나 가족이 겪는 아픔을 인지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즉 공감 능력이 없는 것이다. 아이를 하나의 인격체로 보기보다 물화(物化)하는 성향도 있다. 따라서 여의치 않으면 언제든지 끔찍하게 살해할 가능성이 있다. 아이를 성폭행할 목적으로 유괴하는 범죄자에게는 독특한 특징이 있다. 이들은 평소 사회에 관심이 없고 소극적이며 외톨이 생활을 한다. 다른 성인에게는 자신의 권위를 내세우기 어려워한다. 거절당할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그럴 가능성이 작은 어린아이를 범행 대상으로 한다. 범행 과정에서 만약 상황을 통제하기 어렵거나 사전에 예상치 못한 일이 생기면 서슴없이 끔찍한 가학 행위를 저지르기도 한다.
필자의 분석에 따르면 유괴범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방법은 놀이·물건 등을 이용해 호기심을 유발하는 것이었다. 전체의 35%였다. ‘엄마가 너를 데려오라고 했다’거나 ‘내가 미국에서 온 삼촌인데 아이스크림을 사주겠다’고 유인하는 지인 활용형과 ‘버디버디’ 같은 채팅으로 접근해 데리고 가는 유형이 각각 18%로 나타났다. 아이의 동정심에 호소해 일정한 부탁을 하면서 유인하는 ‘동정심 이용형’은 7%였다. 모두 아이의 순수성을 악용하는 파렴치한 행위다. 감언이설의 방법이 아닌 물리적인 완력을 사용해 아이들을 데리고 가는 경우도 상당수였다. 무려 23%에 해당했다. 먹잇감을 찾아 헤매다 기회가 오면 공격하는 맹수와 다를 바 없다고 할 수 있다.
얼마 전 아이들이 위와 같은 유인 미끼를 접했을 때 어떤 반응을 나타내는지 관찰하는 실험이 있었다. 결과는 대부분의 아이가 평균 1분 안에 처음 보는 사람의 차에 올라탔다. 심지어 17초 만에 차에 탄 아이도 있었다. 낯선 사람을 따라가지 말라는 교육을 사전에 받았지만 속수무책이었다. 왜냐하면 아이들은 평소 교육받은 ‘낯선’이라는 개념 자체가 뚜렷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동 유괴범에 대한 형사사법 대응력도 느슨하기 짝이 없다. 예를 들면 성폭행 목적으로 아이들을 유괴한 경우 이들은 검거돼도 3분의 2 정도가 실형이 아닌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곧바로 사회에 복귀한다. 실형을 선고받아도 그 기간은 평균 1년6개월에 불과하다. 우리 사회가 조속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중앙선데이 Focus
2008. 3. 중앙SUNDAY |